부동산 소식

토지거래허가제, 논란 속 시행

네파르타리 2020. 6. 23. 10:13

토지거래허가제, 논란 속 시행

입력 : 2020-06-23 06:00:00 수정 : 2020-06-23 08:04:29

 

강남권 4개 동 ‘갭투자’ 전면 금지… 적발 땐 계약 무효·처벌/ 실거주 목적으로만 구입 가능/ 2년간 매매·임대 행위도 금지/ ‘전세 낀 아파트’ 매각도 못 해/ 재산권 침해 논란 갈수록 커져/ 정부 “과열 확산 땐 지정 확대”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 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사전에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아파트 등은 전세를 낀 ‘갭투자’가 일절 금지된다. 사진은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전세 보증금을 승계한 형태의 ‘갭투자’가 전면 금지된다. ‘6·17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이 구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 서울시, 강남·송파구 등은 19일 회의를 열고 토지거래허가제 시행과 관련한 지침을 공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4개 동은 최근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개발사업 등 호재로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투기 거래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18일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공고에 따라 닷새 뒤인 23일부터 내년 6월22일까지 1년간 효력이 발생한다.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는 주거지역에서 18㎡, 상업지역에서 20㎡ 넘는 토지를 살 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토지가격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거래 계약 자체도 무효가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택을 살 수 있고, 2년간 매매와 임대가 금지된다. 이에 따라 전세 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집에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는 매매 계약 후 2~3개월 뒤 잔금을 치르는 동시에 입주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거주 목적이라고 주장해도 전세 보증금을 이어받는 거래는 허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와 서울시의 설명이다. 전세 계약 기간이 오래 남아 있는 경우에는 집주인이 사실상 주택을 매각할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를 두고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는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만큼 재산권 침해 주장은 맞지 않다”며 “3기 신도시 개발지역과 용산 정비창 인근 등 여러 곳에 제도를 적용 중이고, 시장 과열이 확산될 경우에는 곧바로 지정구역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가의 경우엔 국토부가 허가와 관련한 세부 방침을 정해 해당 구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구입한 건물 면적 전체를 모두 구매자가 직접 영업할 필요는 없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3층 빌딩의 경우 1개 층은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 2개 층에 임대를 하는 정도는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가 건물 전체 면적의 몇 퍼센트(%)까지 임대를 허용하는 식의 구체적인 기준을 내려보내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개별 사안에 대해선 해당 구청이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법정동 기준으로 지정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잠실인데 법정동이 신천동인 잠실4동 파크리오 아파트 등이 규제를 피해 가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토지거래허가제로 4개 동의 주택 매매시장에 거래절벽이 생기면, 풍선효과로 송파구 신천동이나 강남구 논현동 등 인근의 집값만 더 올려놓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주로 땅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인데, 정부는 집값 급등을 막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며 “여러 논란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확대해석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